영화 '사바하' 포스터
‘사바하’는 종교와 믿음, 선과 악의 경계에 서 있는 인간을 통해, 신의 존재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오컬트 스릴러다.
사이비 종교, 불교적 세계관, 그리고 기독교적 구원 서사가 교차하는 이 영화는, 단순한 장르물의 공식을 넘어선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 신을 믿는 것일까, 아니면 믿고 싶은 것을 신이라 부르고 있는 것일까. 영화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깊은 사유를 이끈다.
1. 줄거리 요약: 신이 사라진 자리, 믿음이 만든 괴물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금화'는 어릴 적부터 다리를 저는 장애를 안고 살았다. 그녀의 언니는 태어날 때부터 온몸에 털이 덮여 있었고, 가족에게 ‘그것’이라 불리며 창고에 갇혀 자란다. 이 기이한 가족사를 바탕으로 마을에는 이상한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한편, '박 목사'는 사이비 종교를 추적하는 인물로서, ‘사슴동산’이라는 집단을 조사하게 된다. 그곳에는 ‘사천왕’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죽음이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김제석’은 오래전 예언을 믿고, 자신을 파멸시킬 ‘빛을 죽일 자’가 태어날 것을 두려워해 그 존재를 없애려 한다. 그 과정에서 '금화'도 표적이 되고, 그녀의 언니와 정체불명의 존재가 얽히면서 이야기는 더욱 미스터리해진다. 결국 '정나한(광목)'이 진짜 '김제석'과 마주하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된 그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그를 죽인다. 하지만 사건이 끝난 뒤에도 '박 목사'의 질문은 멈추지 않는다. "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 이 영화는 악의 실체보다, 신의 부재를 더 무섭게 묘사한다.
2. 역사와 연결된 종교적 모티브
‘사바하’ 속 '김제석'의 선택은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다. 실제 역사에서 헤롯 대왕이 예수의 탄생을 두려워해 베들레헴의 아기들을 학살한 사건과 유사하다. 확실하지 않은 위협을 없애기 위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이 구조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비극이다. 김제석은 예언에 나올 아이들을 전부 제거하려 했고, 그 믿음은 결국 수많은 아이들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종교가 때로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또한 감독 장재현은 실제로 나미비아에서 만난 선교사의 경험을 영화에 반영했다. 신을 믿던 이가 결국 신의 이름 아래 죽임을 당하는 현실. 이 부조리함은 영화 후반 박 목사의 대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단순한 설정이 아닌, 종교를 대하는 현대인의 질문을 대변한다.
🎯 믿음은 희망이 될 수 있지만, 때로는 가장 무서운 광기의 얼굴이 된다.
3. 총평: 믿음이 만든 괴물과 신의 침묵
‘사바하’는 기존의 오컬트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퇴마나 악마, 기독교적 프레임보다는 불교와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에서 신은 구원자가 아니다. 오히려 신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폭력, 희생, 광기가 주된 테마다. '김제석'은 자신이 신의 뜻을 따르고 있다고 믿었지만, 결국 그는 살인을 정당화하는 인간일 뿐이었다.
영화는 선과 악의 명확한 경계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이다. 종교가 절대적 도덕이 아닐 수도 있고, 믿음이 때로는 인간을 더 잔혹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운드와 연출도 이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묵직한 음악과 긴 여운을 남기는 대사, 그리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카메라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 불편함은 바로 영화가 던지는 질문 때문이다. "정말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왜 고통을 허락하는가?"
🎯 ‘사바하’는 신을 믿는 인간보다, 믿음이 만든 괴물을 더 집요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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