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부' 포스터
영화 ‘승부(2024)’는 단 한 판의 바둑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건 대결을 담아낸다.
‘승부’는 실존 인물인 조훈현과 이창호, 바둑계의 살아 있는 전설과 천재 소년의 관계를 바탕으로 구성된 실화 기반 드라마다. 단순한 스포츠나 승패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과 인간 사이의 끈, 제자와 스승 사이의 감정, 세대 교체의 흐름 속에서 흔들리는 자아를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조용하지만 격렬한 내면의 파동, 말보다 수로 나누는 감정의 교류는 관객으로 하여금 한 수 한 수에 몰입하게 만든다.
1. 줄거리 요약: 조용하지만 치열한, 인생의 한판
한국 바둑계를 세계 정상으로 이끈 '조훈현'은 한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의 앞에 등장한 소년 '이창호'는 놀라운 재능을 가진 바둑 천재였고, 조훈현은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제자는 스승의 수를 읽고, 조용히 따라잡기 시작한다.
둘은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공식 대국에서 만나게 되고, 바둑판 위에서는 감정도, 관계도 지워진다. ‘승부’는 그 한 판을 둘러싼 감정의 흐름, 세대 교체의 아픔, 서로를 향한 존경과 질투, 사랑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 이 영화는 바둑 영화가 아니라, 인간 관계를 담은 심리극이다.
2. 실제 인물 이야기: 조훈현 vs 이창호
조훈현은 한국 바둑의 신화이자, 국내 최초의 프로 바둑 9단이며 입신(入神)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기사였다. 1980~1990년대 바둑계를 지배했고,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의 위상을 높인 인물이다. 그의 제자 이창호는 11세의 나이로 조훈현에게 입문, 13세에 프로가 되었고, 이후 조훈현을 뛰어넘는 승률과 전략으로 ‘기계처럼 정확한 바둑’이라는 평을 받으며 세계를 제패했다.
두 사람은 실제로 46번 맞붙었으며, 이창호가 24승 22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했다. 이창호는 조훈현의 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하며 성장했고, 조훈현은 제자의 성장을 경계하면서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바둑판 위에서는 둘 사이에 거리낌 없는 냉정한 승부가 이어졌다.
현재 조훈현은 프로 기사에서 은퇴했으며 정치와 바둑 보급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창호는 한동안 공식 대국에서 물러났지만 최근 다시 활동을 재개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스승과 제자로서 서로를 존경하고 있으며, 바둑계에 미친 영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 제자가 스승을 넘어선다는 건, 단순한 성장 그 이상이다. 스스로를 증명하면서도, 가장 아픈 관계를 넘는 일이기 때문이다.
3. 총평: 바둑판 위의 감정, 승패보다 깊다
‘승부’는 바둑이라는 정적인 소재를 통해 가장 뜨거운 감정을 전달하는 영화다. 단 한 마디 없이, 바둑알을 놓는 그 순간에 감정이 담긴다. 배우 이병헌과 유아인은 실제 조훈현과 이창호의 기류를 섬세하게 재현하며, 단순한 전기 영화 이상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특히 이 영화는 승부의 세계에서 인간적인 관계가 어떻게 흔들리고 회복되는지를 보여준다. 조훈현이 이창호를 바라보는 감정에는 질투와 자부심이 공존하고, 이창호는 스승을 넘어서야 하는 무게와 죄책감을 동시에 느낀다. 이 감정의 충돌은 바둑판 위의 돌처럼 묵직하고도 조용히 울린다.
누구나 스스로의 스승과 대면하는 순간이 있다. 그게 부모이든, 선배이든, 혹은 과거의 나 자신이든. 그 앞에 섰을 때, 우리는 결국 자신과 싸우게 된다. ‘승부’는 그 싸움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 영화다.
🎯 진짜 승부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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