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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신이 아닌 인간으로 선 교황의 두려움

by 오챠챠 2025. 5. 13.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포스터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교황이라는 절대 권위의 자리에 '한 인간'이 서게 되는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이다.

 

 추기경들의 밀실 회의, 역사상 가장 신비롭고 폐쇄적인 ‘콘클라베’가 열리는 바티칸을 배경으로, 영화는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몰랐던 교황이라는 존재의 이면을 유머와 슬픔 사이에서 그려낸다. 종교적 의무감보다 앞서는 인간의 고뇌, 권위 뒤의 불안, 선택받은 자의 부담… 이 모든 것이 무겁지 않게, 오히려 따뜻하게 다가오는 드문 영화다. 《콘클라베》가 정치적 긴장과 권력의 내부를 조명했다면,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그 반대편에서 ‘교황도 인간이다’라는 진리를 되묻는다.

 

1. 줄거리 요약: 선출된 자, 그 자리를 두려워하다

 교황이 서거하고, 전 세계 추기경들이 콘클라베에 모인다. 후보로 지목된 인물들은 하나같이 교황 자리를 사양하려 하며 혼란은 계속된다. 결국 ‘멜빌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지만, 정작 그는 교황복을 입고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순간 극도의 불안을 겪으며 도망친다. 심리학자, 보좌 신부, 바티칸 행정관들이 멜빌을 찾아나서지만 그는 로마 시내 어딘가에서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결국 그는 교황으로서의 연설 대신, 자신의 두려움과 무력함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모두의 침묵 속에 끝을 맞는다.

 

🎯 누군가의 구원이 되기 위해선, 먼저 자기 자신을 구해야 한다.

 

2. 신의 대리인이 아닌, 불안한 인간으로서의 교황

 이 영화는 신의 대리인이라 불리는 교황의 ‘선택 이후’에 집중한다. 선출 과정의 긴장감은 잠시뿐이고, 진짜 드라마는 멜빌이 자신이 감당해야 할 무게 앞에서 도망치며 시작된다.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종교적 장엄함보다 인간적 나약함을 더 가까이 둔다. 유머러스한 심리학자와 추기경들의 배구 경기, 무언극처럼 진행되는 바티칸의 혼란은 상황의 무게를 경감시키는 동시에, 더 큰 공감대를 만든다.

 이탈리아 감독 난니 모레티는 직접 정신분석가 역으로 출연하며 ‘자기 자신조차 모르는 인간’의 혼란을 이야기한다. 그 속엔 교황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 이 영화는 신을 주제로 삼았지만, 신보다 인간에 집중한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동시에 얼마나 진실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신의 대리인이기 전에, 그는 한 명의 사람이다.

 

3. 총평: 가면을 벗은 자리, 진짜 믿음이 시작된다

 교황 선출이라는 상징적인 순간,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상징을 벗겨내고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꺼내 놓는다.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거대한 무대 뒤에서 떨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교황이라는 타이틀에 눌려 있던 인간 멜빌의 마음을 보여줌으로써, 신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책임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엄숙한 주제와는 달리, 영화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유머가 깃들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멜빌이 군중 앞에서 던진 고백은 그 어떤 종교 영화보다 묵직하다. "나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그 한마디에 담긴 용기는, 거대한 권위보다 더 진실된 울림으로 남는다.

 

🎯 거절 속에 깃든 용기, 불완전함에서 피어나는 진짜 믿음.

 

 

 

📌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콘클라베|교황 선출의 이면, 권력의 민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