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시빌워:분열의시대' 줄거리
미국은 극도로 분열된 상태다. 대통령은 세 번째 임기를 강행하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고, 이에 반발하여 반정부 세력인 서부군이 연방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내전이 격화되면서 정부의 통제력은 무너지고 미국 곳곳이 전쟁터로 변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종군 기자 ‘리 스미스’는 오랜 동료이자 기자인 ‘조엘’과 함께 내전의 참상을 기록하고 있다. 어느 날, 뉴욕 중심부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그들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음을 실감한다. 이들은 대통령을 직접 인터뷰하기 위해 워싱턴 D.C.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그 여정에는 베테랑 기자 ‘샘‘과 젊은 신입 사진기자 ’제시‘도 함께한다.
그들이 이동하는 길은 혼란과 공포로 가득하다. 내전으로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곳곳에서 무력 충돌과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뒤섞인 전장에서는 무차별적인 폭력이 난무하며, 민간인들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여행 중에 그들은 충돌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 무장한 민병대,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거나 죽은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마침내 워싱턴 D.C.에 도착했을 때, 반정부군의 백악관 습격 작전이 시작된다. 대통령을 지키려는 정부군과 그를 끌어내리려는 서부군 간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가 격화되는 가운데, ‘리’와 동료들은 전장의 한복판에서 상황을 기록하며 전쟁을 취재한다. 그러나 혼란 속에서 리는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제시’는 ‘리’의 죽음을 지켜보며 카메라를 들어 그 장면을 찍는다. 백악관은 결국 반정부군의 손에 넘어가고, 대통령은 사망했다. 반정부군은 승리를 자축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제시는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2. 감독의 의도
영화 ‘시빌 워:분열의 시대’는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다. 감독 ‘알렉스 가랜드’는 미국 내전을 배경으로 했지만, 이 전쟁이 왜 시작되었는지, 어느쪽이 옳은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대신 그는 전쟁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변하는가, 그리고 그 전쟁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포커스를 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군인도, 정치인도 아니다. 그들은 종군 기자로서,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그들이 찍은 사진이 결국 역사가 된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잔혹해지고 기자들은 그 현실을 왜곡없이 봐라봐야 한다. 그러나 찍힌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승리의 증거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패배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감독은 이를 통해 진실을 기록하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이 영화는 그저 영화 속의 또 다른 미국이 아니다.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이 계속된다면, 그리고 서로 대화가 불가능한 사회가 된다면,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는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지만, 분열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다면 영화와 같이 내전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불편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경고처럼 보인다.
결국 ‘시빌 워:분열의 시대’는 전쟁의 명분이 아니라 전쟁이 남긴 것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싸움이 끝나면 과연 평화가 올까,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될 것인가. 영화는 답을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면서 관객 스스로가 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3. 총평
어떤 게시물에 올라온 영화의 한 장면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 장면은 영화 내에서 가장 집중하게 된 순간이었고, 지금도 머리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무장한 민병대(추측하건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민들을 공격하고 그들의 시신을 구덩이에 묻은 뒤 불태우려 했다. 게다가 종군 기자를 납치해 위협하고 결국 무장세력은 기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위협을 가했다. 내전이 지속되며 이런 무질서해진 세력이 등장했음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뿐만이 아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 누가 옳고 그른지, 누가 정의로운 쪽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나는 감독의 의도대로 움직인 관객이 된 것이다. 전쟁 속에서는 이념이 의미를 잃고, 사람들은 점점 더 폭력에 물들어간다. 결국 선과 악의 경계가 사라진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으로 벌어진 가상의 내전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2025년이 된 지금도 우리는 뉴스를 통해 내전과 전쟁이 끊이지 않음을 뉴스를 통해 보고 듣는다. 정치적 이념이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은 끝없는 갈등 속에서 서로를 적대하며 대립한다. 그렇다면 영원한 종전은 인간사에 없을 것인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 전쟁이란 그저 뉴스 속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속 장면처럼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와 ‘적’이라는 구분이 무너지고, 폭력만이 남는다. 이념은 전쟁을 시작하는 핑계일 뿐, 결국 남는 것은 무의미한 죽음과 폐허다. 분단된 우리나라는 그 현실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나라에서 전쟁이 사라진 세상은 과연 올 것인가, 인간사는 끊임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인가? 영화는 끝이 났지만 이 질문들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