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히든피겨스' 줄거리
1961년, 미국과 소련이 우주 개발 경쟁을 벌이던 시기, NASA는 유인 우주 비행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NASA 내부에서도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여전히 존재했다. 연구실, 화장실, 식당까지도 백인과 흑인이 분리되어 있었고, 특히 흑인 여성들은 단순한 계산 업무만 맡을 뿐, 연구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정받기까지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 했다.
‘캐서린 존슨’은 NASA에서도 손꼽히는 수학적 재능을 가졌지만,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구 자료 접근이 제한되고 중요한 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연구실 내에서 그녀는 유일한 흑인이었고, 백인 연구원들은 그녀를 동등한 동료로 여기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가 일하는 건물에는 흑인 전용 화장실이 없어, 매번 800미터 떨어진 다른 건물까지 가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결국 ‘존 글렌’이 비행을 앞두고 그녀의 계산을 직접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면서 NASA 내에서도 그녀의 중요성이 인정되었다.
‘도로시 본’은 흑인 여성 계산원들의 리더였지만, 정식 슈퍼바이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NASA가 새로운 IBM 컴퓨터를 도입하는 것을 보고, 곧 계산원들이 필요 없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녀는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팀원들에게도 가르쳤다. 마침내 NASA가 새로운 전문가가 필요로 할 때, 그녀와 팀원들은 누구보다 먼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메리 잭슨’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법적으로 흑인은 특정 대학의 엔지니어링 과정을 수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법정으로 나아갔고, 판사 앞에서 자신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기회를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녀는 NASA 최초의 흑인 여성 항공우주 엔지니어가 되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NASA는 ‘존 글렌’의 유인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으며,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2. 시대적 흐름과 NASA
1960년대 미국은 여전히 ‘짐 크로우’ 법이 시행되며 남부와 북부의 인종 차별 현실이 크게 달랐다. 남부에서는 흑인 여성들이 주로 농장 노동자나 가정부로 일해야 했으며, 공장이나 호텔에서도 허드렛일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북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교육 기회와 사무직 취업 가능성이 열려 있었고, 흑인 여성들이 교사, 간호사, 은행원 등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NASA가 위치한 버지니아주는 남부에 속했지만, 연방 정부 기관이었고 과학 기술 중심의 조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특히 NASA의 전신인 ‘NACA’ 시절부터 흑인 여성 계산원들이 일부 고용되었지만 여전히 차별은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 구조는 소련과의 우주 경쟁 속에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고, 1961년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하면서 미국은 기술적 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NASA는 더욱 정밀한 계산과 실력 있는 인재를 필요로 했고, 흑인 여성들이 수행하던 수학적 계산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 결국, NASA는 남부의 다른 기관들과 달리 인종 차별을 유지할 명분을 잃었고, 흑인 여성들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변화는 NASA 내부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냉전이 지속되면서 과학과 기술 개발이 국가적 과제가 되었고, 인종과 성별을 떠나 유능한 인재를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었다. 특히,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우주로 인간을 보내겠다”고 선언한 이후, 우주 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화되면서 흑인 여성들의 역할도 점차 확대되었다.
또한, 1964년 ’시민권법‘이 통과되면서 법적으로 인종 차별이 금지되었고, NASA를 비롯한 연방 기관들은 차별을 해소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NASA 내부에서도 여전히 백인 남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으며, 흑인 여성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능력을 입증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 같은 여성들의 노력 덕분에 흑인 여성들이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이후 세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NASA가 남부 지역에 위치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더 열린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우주 경쟁이라는 현실이 차별보다 실력을 우선시하도록 강제한 결과였다.
3. 총평
‘히든 피겨스’는 단순히 흑인 여성들의 성공담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뒤에 숨겨진 인물들을 조명하는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1960년대 미국 남부에서 흑인 여성들이 NASA에서 사무직을 넘어 과학과 수학을 다루는 전문직으로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영화 ‘헬프’를 통해 같은 시대의 남부에서 흑인 여성들이 백인 가정의 가정부로 일하며 차별받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NASA에서 흑인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게 다가왔다. 물론 NASA 역시 완전히 평등한 공간은 아니었고, 영화는 그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했던 차별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차별 속에서도 흑인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며 점차 인정받아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한,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은 영화의 감동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이 숨겨진 이야기는 ’마고 리 쉬터리‘가 연구하여 “히든 피겨스”라는 책으로 출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NASA의 우주 개발 역사 속에서, ‘존 글렌’의 비행 성공 뒤에는 ’캐서린 존슨‘ 같은 흑인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기억하는 위대한 업적들이 누구에 의해 가능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감동적인 실화 영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만약 작가 ‘마고’가 이들의 존재를 발굴하지 않았다면 이 여성들의 공로는 여전히 역사 속에 묻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히든 피겨스’는 단순히 흑인 여성들이 NASA에서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가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차별 속에서도 능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