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 포스터
한 시대의 이름 없는 이들이 만들어낸 자유, 그 그림자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암살’은 총을 쏘는 장면보다, 총을 쏘기까지의 이유에 주목하는 영화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 영화는 독립운동가라는 단어에 깃든 희생과 배신, 용기와 상처를 그려낸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들로 실존했던 수많은 이름을 대변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너머의 ‘잊힌 이야기들’을 극장 안으로 불러온다. 그리고 영화는 묻는다. 과연 과거는 끝났을까? 그들이 사라지고,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모두 끝난 걸까? ‘암살’은 그 질문을 관객의 마음속에 남긴다.
1. 줄거리 요약: 독립과 배신, 허구와 진실이 엇갈리는 이야기
1911년,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 장교 '가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사업가 '강인국'은 독립운동가들을 색출하기 위해 민가를 급습한다. 이 과정에서 '강인국'의 아내는 남편에 의해 사망하고,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안옥윤'은 유모에게, 언니 '미츠코'는 아버지 '강인국'에게 맡겨진다. 두 사람은 이후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193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강인국'과 '가와구치'를 암살하는 작전을 실행한다. 저격수 '안옥윤', 폭파 전문가 '황덕삼', 행동대장 '속사포'가 작전 수행자로 선발된다. 하지만 임시정부 소속이자 일본의 이중간첩인 '염석진'은 이 정보를 일본에 넘긴다. 그는 암살단을 제거하기 위해 하와이 피스톨을 고용한다.
옥윤은 작전 도중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성, 언니 '미츠코'를 목격한다. 일본식 교육을 받고 자라온 미츠코는 '가와구치'의 아들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강인국'은 그녀를 안옥윤으로 착각하고 직접 총을 쏴 죽인다. 옥윤은 언니의 죽음을 계기로 그녀로 위장하며 암살 작전을 이어가고, 결국 결혼식장에서 '강인국'과 '가와구치'를 저격하는 데 성공한다.
하와이 피스톨은 처음엔 암살단을 제거하려 했지만, 옥윤의 신념에 감화되어 입장을 바꾸고 그녀를 돕는다. 광복 이후, '염석진'은 경찰 고위직으로 살아가지만, 끝내 옥윤에게 처단된다.
🎯 총을 든 사람보다, 총을 들 수밖에 없던 삶이 있었다.
2. 암살의 배경
영화 '암살'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며, 조선을 점령한 일본군과 이에 맞서는 독립운동가들의 무장 투쟁을 그린다. 하와이 대조선국민군단의 실제 암살 계획에서 착안했고, 경성과 상하이라는 실제 역사 공간이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
여성 저격수 '안옥윤'은 역사 속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창조된 인물이다. 실제로도 여성들은 정보 전달, 연락, 자금 조달, 간호 등 다양한 후방 지원을 수행했고, 일부는 직접 무장 투쟁에도 참여했다. '남자현', '박차정'과 같은 실존 인물이 그 예다.
하와이 피스톨이나 속사포처럼 극 중 등장하는 많은 인물은 허구지만, 그들이 상징하는 역할은 실존한다. 특히 염석진은 실존 밀정들을 떠오르게 하는 인물로, 독립운동 내부의 붕괴를 상징한다. '김달하'처럼 실제로 동료를 밀고해 조직을 무너뜨린 사례는 역사에 여러 차례 있었다.
🎯 영화는 허구지만, 인물들은 모두 현실에서 왔다.
3. 총평: 과거는 끝났는가, 아니면 여전히 여기 있는가
‘암살’은 극적인 장르영화지만, 그 안에 담긴 인물과 서사는 모두 1930년대의 조선과 상하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출발한다. 특히 ‘안옥윤’은 실존하지 않았지만, 그런 인물이 필요했을 역사적 맥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영화는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 무장투쟁, 밀정 문제 등 다양한 역사적 층위를 드러낸다. 염석진처럼 광복 후에도 친일 경력을 숨긴 채 살아남은 인물들이 현실에 존재했고, 그들이 단죄되지 않은 역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왜 너는 아직도 여기에 있느냐"는 마지막 대사는 관객에게 묻는다. 그 질문은 단지 과거를 향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암살'은 단지 과거의 사건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 현재를 흔드는 질문이 담긴 영화다.
🎯 과거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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